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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컬처&아트

이토록 가깝고도 낯선, 을지로에서의 하루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최신의 것이 공존하는 동네, 을지로. 이곳을 이야기할 때면 누군가는 레트로픙의 카페를, 또 다른 누군가는 인부들이 국밥을 들이켜는 노포를, 혹은 기계음이 가득한 인쇄 골목을 떠올리곤 한다. 이처럼 을지로가 지닌 다양한 풍경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낯선 얼굴이 숨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 도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당신을 위해, 을지로에서의 짧은 여행을 제안한다.


12:00 pm 클래직 

서울 중구 마른내로 62-1


허름한 외관과 불친절한 간판, 문을 열면 다른 세상처럼 펼쳐지는 감각적인 공간까지. 인쇄 골목 끝자락에 숨어 있는 카페 클래직은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힙지로’의 필수 여건을 고루 갖춘 곳이다. 일반적인 카페들이 1층에 자리 잡는 것과 달리, 을지로에는 저렴한 임대료를 좇아 오래된 건물 위층에 자리 잡은 카페가 많다. 덕분에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주변에 별다른 고층 건물이 없는 상황에서 건물 위층이라는 위치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클래직 내부 곳곳에 난 창문은 온종일 햇빛을 한가득 받아들이고, 풍부한 자연 채광은 조명을 대신한다. 특히 가장 안쪽의 새하얀 타일과 욕조로 꾸며진 방은 햇살이 가득한 정오 즈음에 가장 예쁘다. 



커피뿐 아니라 토스트와 샌드위치, 스콘 등을 갖춘 이곳은 느지막한 브런치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리코타 치즈와 햄, 채소를 아낌없이 넣은 리코타 샌드위치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과 그에 걸맞는 맛으로 가장 사랑받는 메뉴다.


3:00 pm 노말에이 

서울 중구 을지로 121-1


빵과 커피로 간단히 배를 채웠다면, 복잡하게 얽힌 골목을 지나 을지로3가역을 향해 걸어보자. 역 근처, 줄지어 늘어선 도기 가게들 사이에 자리 잡은 독립서점 노말에이는 바깥의 잿빛 풍경과 달리 포근하고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지녔다. 겉보기엔 을지로의 유행과 함께 생겨난 새로운 공간처럼 보이지만, 노말에이는 4년 전부터 을지로의 유일한 동네서점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삼일와트(131WATT)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이곳에는 디자인이나 일러스트와 관련된 특색 있는 출판물이 많다. 비록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을 만한 자리는 마땅치 않지만, 정성껏 선별해둔 책과 문구류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있을 것이다.  


5:00 pm 동원집 

서울 중구 을지로11길 22


해가 넘어갈 즈음, 을지로엔 구수한 고기 냄새가 퍼진다. 각종 고기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저녁 장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뜨끈한 감잣국을 판매하는 동원집은 수많은 식당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노동자들의 피로를 풀어주던 그 맛이 이제는 젊은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젓가락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와 진하지만 텁텁하지 않은 국물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내공이 묻어난다. 순대와 함께 나오는 머리 고기 또한 감잣국 못지않은 맛과 양을 지녔으니 빼먹지 말고 주문할 것. 저녁 시간엔 줄이 길게 늘어서니 조금 이르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 


7:00 pm 을지로 OF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5길 5-6


먹고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을지로만의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픈 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불 꺼진 공업소가 모여 있는 골목을 따라 걷다가 여기가 맞나, 싶을 때쯤 ‘여기서 전시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문을 만날 수 있다. 그 문 너머, 가파른 계단 끝에 자리 잡은 을지로 OF는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전시 공간이다. 



노동자들이 머물던 옥탑방 3칸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신진 예술가들과 함께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인다. 낡고 허름한 건물에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이 채워진 모습이 최근 을지로에 찾아온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여느 갤러리와 달리 오후 느지막이 문을 열어 밤 11시까지 운영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해가 진 후 펼쳐지는 을지로의 야경을 전시와 함께 즐길 수 있다. 


9:00 pm 원조영락골뱅이

서울 중구 수표로 51-1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영락골뱅이는 을지로 골뱅이 골목의 터줏대감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여름이면 가게 앞 야외 테이블까지 꽉 차곤 하는 이곳에서는 파채를 듬뿍 넣어 무친 ‘을지로 골뱅이’를 맛볼 수 있다. 서비스로 나오는 두툼한 계란말이는 골뱅이무침의 알싸한 마늘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밤 11시가 넘어가면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는 노가리 골목에 비해 이곳의 밤은 조금 더 긴 편이라 한층 편한 마음으로 ‘골맥’을 즐길 수 있다. 매콤달콤한 골뱅이무침에 이가 시릴 만큼 차가운 생맥주 한잔. 이보다 을지로다운 마무리가 있을까.


컨텐츠 기획/제작 : 신한카드 X 어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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