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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컬처&아트

을지로3가를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을지로는 손안에 있는 지도가 유달리 든든하게 느껴지는 동네다. 미로처럼 구부러진 골목길을 눈앞에 두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막막함이 앞서는 탓이다. 을지로3가를 한 장의 지도 안에 담아낸 ‘신한카드 컬처맵’은 봄볕이 날로 따뜻해지는 요즘 을지로로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든다. 최근 새롭게 들어선 핫플레이스와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공간 곳곳은 마리아 작가의 일러스트를 통해 한 장의 종이 위에 생생하게 담겼다. 2018년 3월에 문을 연 커피사 마리아를 작업실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주 조금 어려웠다. 그러나 을지로 인쇄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낡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 숨겨진 입구를 찾는 동안, 마치 모험이라도 떠나는 듯이 마음은 조금씩 들뜨고 있었다.



이번 일러스트 작업의 컨셉이 궁금한데요, 지도에 을지로의 어떤 점을 담아내고자 했나요?

신한카드 측에서 “을지로의 핫플레이스와 여러 크리에이터의 공간을 다룬 지도를 만들고 싶은데 실제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작업 의뢰 시 ‘빌딩 숲 안에 숨겨진 공간들’이라는 컨셉을 이야기해 주셔서, 이 동네의 느낌이 나는 색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작업할 때 많이 생각했어요. 을지로를 돌아다녀 보면 색깔이 알록달록하거나 화려하지 않아요. 오래된 빌딩이 많다 보니 대체로 채도가 낮거든요.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고 동네의 색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려고 했어요. 작년 3월에 이 공간을 오픈한 후,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하고 일상처럼 돌아다니며 봐왔던 동네이다 보니 이런 과정이 항상 해왔던 일처럼 자연스러웠어요. 제가 이곳에서 체감했던 요소가 지도의 색깔 톤이나 건물 모양 등을 그릴 때 반영되더라고요.


컬처맵 지도는 마리아 작가의 기존 작품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을지로를 찾는 분들은 인근 회사원부터 어린 학생, 연세가 있는 분들까지 다양하잖아요. 이번 컬처맵에서는 젊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새로운 공간을 많이 다뤄야 하다 보니 그림을 통해 이 지역을 좀 더 젊은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지도 작업을 계속해왔지만, 컬처맵 작업은 여러 방면에서 이전 작업과 차이가 있었어요. 평소 작업 시 수채화를 많이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컴퓨터로 작업했는데, 신한카드와 어반플레이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요소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는 컴퓨터 작업이 더욱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지도에 들어가야 하는 정보도 워낙 많았고, 손으로 작업하면 나중에 수정도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웠던 게 그려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지도가 너무 정신없어 보이지 않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양한 가게가 가진 저마다의 아이덴티티, 이를테면 로고나 인테리어 요소, 음식 등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조금씩 가져와 지도 안에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톤을 맞춰 자연스럽게 하나로 보이도록 하는 게 어려웠어요. 총 제작 기간은 한두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지도에 들어가지 않은 그림까지 포함해서 총 57곳의 장소를 일일이 다 그리느라 평소보다 소요가 많이 됐어요. 지도 위의 캐릭터들은 전부 제 친구나 지인을 그려 넣은 거예요. 루이스와 사물들, 호텔수선화, mwm 등 을지로에 친구나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은데, 이런 요소를 지도에 그려 넣는 게 재미있었어요. 친구들도 나중에 지도를 받아본 후 지도에 그려진 자신을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이곳은 커피사의 브루잉 커피와 마리아 작가의 그림 작업실로 공간을 함께 쓰고 있어요.

함께 운영 중인 커피사 언니가 바리스타 경력이 10년 정도로 오래되었는데 본인의 카페를 열고 싶어 하던 차였어요. 당시 저는 새로운 작업실이 필요한 상황이었고요. 그러다 아는 지인분으로부터 소개를 받았고, 둘이 함께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간을 함께 열게 됐어요. 이곳은 카페가 주된 공간이고, 저는 공간 한편을 작업실로 이용하고 있죠. 여러 개의 창을 통해 공간 내부로 햇볕이 잘 들어와서 찾은 분들이 이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이런 다양한 요소가 잘 녹아 든 공간이라 생각해요.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오픈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해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작가는 작업에 집중하고자 공간을 분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공간을 나눌까 고민도 했는데, 작업 과정이 보이는 것 자체가 이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그림을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고요. 아무래도 작업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옆에서 지켜보니까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동안 이런 식으로 작업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계속해보자는 생각이에요.


작업실이 을지로라서 좋은 이유가 있나요?

근방에 방산시장도 있고 인쇄소도 많고, 필요한 것은 주변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어요. 계단을 좀 올라야 하는  공간이라면 상대적으로 임대료도 싼 편이고요. 아까 말했듯이 주변에 친한 지인의 가게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루이스의 사물들이라는 공간을 무척 좋아해요. 공간 내부가 굉장히 넓으면서 구조가 시원스레 뚫려 있고, 다양한 오브제가 곳곳에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그리고 mwm이라는 공간은 도자기 작업을 하는 작가분의 작업실 겸 카페로 내부 한쪽에 가마가 있어요. 을지로의 공간 중에는 작업실을 갖춘 경우가 많지만 사람들에게 오픈된 경우는 드문 편이거든요. 그곳에 가면 도자기를 굽는 작업을 실제로 구경할 수 있다는 게 독특한 점이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릴 게 많아 힘들긴 하지만, 지도 작업은 재미있는 점이 많아요. 특히 지도를 그리면 가보지 않은 동네를 그릴 수 있는데, 이후 그 동네에 직접 갔을 때 처음 왔는데도 이미 알고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는 게 좋아요. ‘어, 여기 내가 그린 곳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거죠. 한 마디로 지도를 그리면서 한동네를 내 방식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지도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그려보고 싶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곳은 다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작업 중인 미국 애리조나의 풍경을 담은 ‘애리조나 시리즈’를 마무리한 후에 개인 전시를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인물이나 사람에 관심이 많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자연과 풍경을 그리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작년 미국 여행할 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미국의 애리조나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거든요. 로드 트립이라 차 타고 가면서 보이는 게 온통 사막이고 주위는 아주 건조한 풍경이라,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 보고 싶더라고요. 작년 9월쯤 이 시리즈의 작품을 모아 작은 화집처럼 독립출판물로도 만든 적이 있는데, 가능하다면 원화로도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제작  어반플레이






*신한카드 컬처맵은 동네에 담긴 여러 이야기를 단순히 시간순서나 행정 구역 별로 소개하지 않고, 더욱 흥미롭고 특별한 관점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신한카드의 새로운 테마 지도 프로젝트입니다. 첫 번째 지도는 을지로3가 인근에 새롭게 들어선 핫플레이스 위주로 엮어냈습니다. 현재 을지로 컬처존과 향후 신설될 을지로3가역사 내 웰컴센터에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며, 을지로3가 프로젝트 메인 사이트에서도 더욱 다양해진 테마들로 지역의 다양한 스팟을 큐레이션해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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