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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컬처 2020. 4. 24. 08:00

가장 을지로답게 일하는 사람들, favorite&ffavorite

좋아하는 동네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 <favorite> 김남우, 김정현 대표


평일의 을지로는 일하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직장인, 제조업자, 창작자 등이 이곳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을지로의 복잡다단한 풍경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채 분주히 일하는 사람들로 완성된다

이런 을지로에서 누구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 <favorite>의 김남우, 김정현 대표는 2018년 겨울 을지로에 ‘ffavorite’이라는 공간을 열었다. 매거진 제목에 ‘f’를 하나 더 붙여 이름 지은 이 공간은 두 사람이 일하는 작업실이자 그들의 취향을 소개하는 편집숍 겸 바다. 손수 가꾼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분주히 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을지로의 풍경을 닮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분의 애정과 열정이 눌러 담긴 이 작은 공간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을지로다운 곳일지도 모른다



<favorite>은 어떤 잡지이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남우(이하 우): <favorite>의 맨 앞 장에 항상 들어가는 문장이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문장이죠. 그 말처럼 <favorite>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매거진이에요.

김정현(이하 현): 흔히 어른들이 좋아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해라라는 조언을 하시잖아요.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매거진을 통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저희 둘 다 약 10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주로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서 앞서 기획된 것의 결과물을 더 멋진 모습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했죠. 물론 그것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늘 콘텐츠 기획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상업적인 디자인을 넘어 작업물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일종의 미디어 그룹을 꾸려볼까 생각했는데, 저희가 디자이너다 보니 책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주기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책 중에서도 매거진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당시에 독립 출판, 독립 서점 등의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었어요. 그런 흐름과 저희의 니즈가 자연스럽게 맞물려 <favorite>을 만들게 됐죠



매거진 전체가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처음엔 책의 외형만 생각하고 일종의 매거진 제작 가이드북을 만들었어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그 포맷을 기반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후 제주도에서 첫 인터뷰를 했는데, 세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머릿속의 가이드라인이 다 지워지더라고요. 인터뷰이께서 무척 진지한 태도로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셨거든요. 이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지 않고 충실히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의 포맷은 빼버리고, 인터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한 매거진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다 보니 문답 형태의 인터뷰 글로 채우게 됐죠.

: 저희는 매거진을 만드는 데 있어서 경험치가 0에 가까운 사람들이었어요. 글이나 사진의 수준이 크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누구보다 디자인이 멋진 책을 만들 자신도 없었죠. 대신 사람의 이야기를 최대한 진솔하게, 그리고 저희의 시선을 담아서 전달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자연히 <favorite>만의 색깔이 나오리라고 믿었죠. 인터뷰 형식은 저희의 역량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에요.



인터뷰이의 이야기가 곧 콘텐츠다 보니 인터뷰이 선정이 무척 중요할 텐데요. 인터뷰이 선정은 어떤 기준과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 평소에 브랜드나 공간,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대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려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가 특정 팀에 대해 이 팀은 뭔가 다르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등의 궁금증이 생기면 지속적으로 지켜보죠. 그런 팀들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한 주제로 묶어서 매거진에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뷰이 대부분이 갑자기 리서치 해서 찾은 팀이 아니라 기존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팀들이에요. 결국 저희 두 사람의 호기심과 흥미가 인터뷰이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거죠


지금까지 <favorite>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했을 때,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인터뷰이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인지 어떻게 아느냐라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면 달라요. ‘굳이라는 말이 핵심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쉽지 않은 일인데도 정말 좋아하니까 굳이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분들은 대개 일과 삶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요. 인터뷰할 때마다 일에 대한 계획과 삶의 계획을 각각 말해달라고 질문하는데, 대부분의 인터뷰이가 그 둘을 구분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일이 곧 삶 자체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을지로에 자리 잡은 ‘ffavorite’은 어떤 의도로 기획된 공간이며,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 노트북만 있으면 작업할 수 있다 보니 초창기엔 여기저기 새로운 공간을 다니며 일했어요. 매번 새로운 공간에 가서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이 좋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매거진에 담는 것 외에도 더 많은 경험과 취향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정된 작업실의 필요성도 깨달았고요. 그래서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단순한 작업실을 넘어 수익 창출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광고 없이 매거진을 팔아서 수익을 얻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이 공간을 한마디로 샵 앤 스튜디오라고 소개하곤 해요. 매거진을 만드는 작업실인 동시에 저희가 큐레이션 한 책, 음반, 음료 등을 판매하고, 토크나 공연 등의 행사를 열기도 하는 공간이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카멜레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을지로의 이 자리, 이 공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어느 날 둘이서 오랜만에 을지로에 술을 마시러 왔다가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공간을 만났어요. 저희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보니 인쇄 등을 하러 다니느라 을지로가 낯설지 않았거든요. 익숙한 동네에 독특한 공간들이 구석구석 생겨난 모습이 무척 신기하고 충격적이더라고요. 한남동이나 강남에서 그런 공간들을 봤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겠지만, 을지로라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을지로 홀릭이 됐죠.

: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기는 동네라는 것이 을지로를 택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을지로의 매력은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있는 공간이나 낯선 형태의 공간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신선함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오랫동안 공간을 찾으러 다녔죠. 8개월간 을지로의 모든 부동산을 돌아다니다가 지칠 때쯤 우연히 이 공간을 발견했어요. 우선 두 벽면이 통창으로 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규모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지만 개방감이 무척 좋았고, 테라스까지 있어서 독특한 느낌이었죠. 처음으로 마음에 든 공간이었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죠.



공간 구성 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 공간도 매거진 만들 듯 직접 손으로 만들고 싶어서 손수 인테리어를 했어요. 한쪽 벽면에는 <favorite>을 비롯해 다양한 매거진이 있는 서가를 꾸몄는데, 이 공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에요. 일반적인 서점에서는 선택받은 소수의 책만 책 표지가 보이도록 놓이고 나머지는 책등만 보이게 꽂히잖아요. 매거진 표지들은 하나하나가 작품 같은데, 일부만 보여주는 건 아쉽더라고요. 고민 끝에 다양한 매거진의 표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이 공간의 시그니처 룩으로 구현해냈어요.

: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것보다는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려 해요. 벽에 붙인 포스터 한 장부터 판매하는 책, 음반, , 커피 등 모두 평소 좋아하고 알리고 싶은 것들이죠. 저희만의 취향이 진하게 묻어나는 공간이라 오시는 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ffavorite을 배경으로 토크 프로그램, 라이브 공연 등을 꾸준히 열고 계시는데요. 이러한 행사는 어떻게 기획하시는지 사례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 매거진을 만들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인터뷰를 하는 순간이에요. 즐거움을 독자에게도 전달하고 싶은데, 사진과 텍스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대신 우리 공간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분들과 그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연결해주기로 했죠. ‘페이보릿 토크 저희가 인터뷰이로 선정한 분들, 혹은 인터뷰이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각자의 형태로 하고 계신 분들을 섭외해서 진행해요. 밖에도 뮤지션을 초청해 라이브 공연과 함께 음악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페이보릿 토크 앤 뮤직이 있어요. 지금까지 짙은, 몬구, 타이거디스코, 하세가와 요헤이 등의 뮤지션이 함께해주셨어요


공간을 운영하며 체감하는 을지로만의 매력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 을지로에는 산업이 하향하면서 생겨난 버려진 공간을 소규모 창작자가 나름의 센스와 아이디어로 채우면서 생겨난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돈을 많이 들여서 만든 반듯하고 세련된 공간이 아닌, 날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공간들이 모여 지금의 힙지로를 만든 것 같아요. 이곳에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면 더 쾌적한 동네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을지로만의 매력은 잃었을 거예요. 을지로에서는 사람들이 공간을 즐기는 태도도 남달라요. 어떤 공간에 갔을 때 자기 방식대로만 소비하기보다는 그 공간을 존중하는 자세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아요. 을지로의 공간들은 찾아가기 힘든 만큼 사람들이 그곳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즐기려 하는 것 같아요.



을지로에는 두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창작이나 예술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유독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을지로에 창작자들의 작업실이나 스튜디오가 많은 것은 사실 무척 당연한 모습이에요. 이 골목 안에서 어떤 창작물이든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픽, 제품, 인쇄물, 의상 등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을지로에 오죠. 하지만 공장이나 공구상만 있어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젊은 창작자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저렴한 임대료와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자연스레 모여든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예전과 달리 개성 있는 작업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작자가 늘었다는 점이에요. 또 을지로의 특성을 반영한 창작물을 만들거나, 이곳에 오랫동안 계셨던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을지로를 알리려 하시는 분들도 종종 보여요. 이런 흐름은 굉장히 건강한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을지로니까 가능한 모습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매거진 및 공간 운영과 관련해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 지금은 <favorite> 다음 호를 준비하는 중이에요. 동시에 단행본 등과 같이 다른 형태의 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ffavorite에서 열리는 이벤트나 행사 또한 저희와 사람들 모두 좋아할 수 있을 법한 방향으로 계획 중이고요. 책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한층 더 다양한 경험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 현재 출판사 ‘favorite’ 공간 ‘ffavorite’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 favorite 출판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ffavorite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공간을 기반으로 출판 외의 다른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해보려 해요. 매거진을 만드는 팀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에게도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출판사와 공간이 각각의 브랜드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요



컨텐츠 기획/제작 : 신한카드 x 어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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