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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금융노트

세 번째 맞는 강달러의 저주, 피하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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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 발행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화폐 정책에 우리나라도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흐름을 살펴보고 대비책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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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승자인 미국이 얻은 최고의 전리품은 달러를 국제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로 정한 것입니다. 전후 70년 가까이 미국은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달러’로 세계를 쥐락펴락해왔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달러의 가치를 조정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는 울고 웃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첫 번째 경우가 1985년 플라자 합의입니다. 

미국 달러화는 1980년부터 1985년까지 5년 동안 그 가치가 54%나 오르면서 국가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누렸던 승전국의 수혜를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1985년 일본과 독일 재무장관을 뉴욕 플라자호텔로 불러 엔화와 독일 마르크 대비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생산한 상품의 가격은 떨어졌고, 세계 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신경제’로 불리는 고성장도 누렸습니다. 그러나 플라자호텔로 불려와 자국 통화가치를 강제로 끌어올려야 했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고, 독일도 10년 이상을 비실거렸습니다.

 

미국은 ‘달러 약세=엔화 강세’가 되면 쌍둥이 적자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적자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략을 바꿨습니다. ‘강한 달러’를 통해 돈이 돈을 버는 자본수지 흑자 전략을 세운 것 입니다. 1995년 체결된 *‘역플라자 합의’가 그것입니다. 미국은 강달러라는 무기에 ‘선진금융기법’이라는 철갑으로 무장한 금융자본으로 세계를 공략했습니다. 월스트리트라는 단어에 핫머니, 헤지펀드라는 첨단 무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 동안 달러 가치는 40% 올랐고, GDP성장률은 연간 4.7%에 달했습니다. 세계평균 3.7%보다 무려 1% 포인트나 높았습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눈물을 삼켰습니다. 


달러가 미국을 결정적으로 구한 사건은 2007년 금융위기 때입니다. 강 달러를 기반으로 온갖 금융상품을 개발하던 미국이 ‘서브모기지’라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괴물에 당한 사건입니다. 자초한 위기였지만 미국은 끄떡없었습니다.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 뿌렸고, 넘쳐나는 달러는 잔뜩 겁먹고 있던 기업을 움직여 공장을 돌리게 했습니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실시하는 데 든 비용은 종이값과 잉크값이 전부였습니다. 원가 1달러를 들여 100달러 지폐를 마구 찍어냈고, 100달러 한 장에 99달러가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세뇨리지 효과’를 맘껏 누린 것이다. 


미국은 살아났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미국만 살아났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제 살아난 미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뿌려졌던 달러는 미국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고, 그동안 넘쳐나는 달러에 마취돼 흥청망청했던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국가들은 또다시 고통받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유가폭락과 겹치면서 여파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와 1995년 이후 두 차례 강달러 시대에 이어 지금 세계는 세 번째 강달러 시대에 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처음으로 시사했던 2011년 이후 달러 가치는 37% 올랐습니다. 중국 경제와 원유 등 자원 수요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그리고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진행된다면 달러 가치는 더 올라갈 것입니다. 과거 경험에 비춰 연말까지 1년간 10% 이상 오른다는 추론도 나옵니다.

 

달러가 강세를 보였던 시절,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어김없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비를 피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 하반기까지 신흥국 통화, 채권, 주식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원유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 비중도 낮추라는 권고입니다. 대신 달러표시 자산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해집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됐을 때부터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을 사들였습니다. 펀드 자료 제공업체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시장 기대가 확산된 지난해 9월 이후 1월 초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총 245억 달러에 달합니다. 최근 중국은 자국의 달러 유출을 막아보겠다며 미국을 제외한 세계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이라는 ‘실탄’을 앞세워 시장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2014년 4조 달러에 달하던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말에 3조 330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혹은 개인들은 급한 비가 내릴 때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이제라도 강달러가 가져올 저주를 피할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용어 짚고 가기  

*역플라자 합의  1995년 4월 G7 경제장관과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엔저를 유도하기로 의견을 모은 합의.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정반대 합의이기 때문에 ‘역플라자 합의’라 부른다. 이로 인해 달러는 강세, 엔은 약세로 돌아섰다.


**세뇨리지 효과  화폐 주조로 얻는 이익, 국제통화를 보유한 국가가 누리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달러를 발행하는 비용과 달러 액면가치와의 차액, 즉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이 누리는 혜택을 의미한다.



글 장광익 MBN 매일방송 기자


장광익 기자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했다. 

<매일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과

경제부·증권부·금융부 기자를 거쳐 

현재 MBN 매일방송에서 정치부장으로 지내고 있다.




* 본 글은 신한인 2016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