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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으로 승부하는 가용비 시대

여러분은 물건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가장 많이 고려하시나요? 경기 불황 속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며 한동안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가성비가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 척도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최근 가성비를 넘어 ‘가용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어 주목해 볼만 합니다. 가용비는 지불한 가격 대비 제품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용어이고요. 가격 대비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민감해지며 등장하게 된 또 다른 형태의 불황형 소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용비 트렌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신한 트렌드연구소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용비 트렌드 확산의 주된 배경은 성능에서 용량으로 제품의 비교 영역을 넓혀가는 알뜰 소비패턴이 강화되었기 때문이고요. 상품의 품질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며 소비자들의 대용량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와 더불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깐깐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박리다매 전략과 불필요한 비용 감소 등의 노력도 가용비 확산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 보이네요. 

한편, 가용비 트렌드는 SNS 상에서 양이 많은 가공식품이나 과자를 뜻하는 인간사료를 포함해 대용량, 무한리필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언급량이 크게 증가했고요. 해당 용어에 대한 긍정적인 감성어가 많아 가용비 트렌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나쁘지 않음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용량은 화장품에 대한 언급이 많고요. 무한리필과 인간사료는 맛집, 대용량 과자 등 먹거리 위주의 단어가 함께 언급되고 있어, 가용비가 주로 소비재 제품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가용비에서 주목되는 업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최근 2년간 100% 이상의 성장을 보인 무한리필 식당은 저렴한 가격으로 무한정 이용이 가능해 가용비와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고요. 기존의 무한리필 음식점이 삼겹살, 수입산 고기 등 메뉴가 한정적이었다면, 최근엔 연어, 장어 등의 고급 식재료부터 분식, 디저트류까지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해져 양적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으로 새로운 성장기에 들어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한리필 식당의 성장은 특히 20대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연령별 무한리필식당에 대한 이용 분포를 살펴보면 젊은층이 일반 음식점에 비해 눈에 띄게 활발할 뿐 아니라 최근 3년간의 이용 증가도 타 세대에 비해 월등해 무한정 먹을 수 있다는 컨셉이 유독 20대들에게 강하게 어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중·장년층이 주도할 거라고 생각되는 한식뷔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한편, 묶음 단위의 판매를 통해 대용량 구매를 유도하는 창고형 할인매장도 가용비 트렌드와 함께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창고형 할인매장은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대형마트에 비해 접근성이 낮고 매장 환경도 투박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겐 그리 선호되지 않던 쇼핑공간이었는데요. 최근 용량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창고형 할인매장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방문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대형마트 중심으로 이뤄지던 유통업계 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 창고형 할인매장과 대형마트의 지출액 차이는 점차 커지고 있고요. 제품의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많은 양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창고형 할인매장의 구매는 점점 더 많이, 대형마트의 구매는 점점 더 적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특징은 40대와 60대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가격과 용량에 민감한 소비는 2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도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겠죠. 

경제상황이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가용비와 같은 불황형 소비행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형태와 모습은 보다 더 다양하고 세분화되지 않을까 싶고요. 무엇보다 과거처럼 어려운 경제환경으로 인해 소비를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효용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주목해 볼 점인것 같습니다. 

비슷한 품질이라면 대용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한 해 가격 걱정 없는 먹부림을 시도하며 소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밝지만은 않은 현실을 살아내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