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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금융노트

은퇴. 직장인들이 진정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은퇴설계와 관련된 강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여 연금상품 가입을 유도하거나, 그냥 쉽게 듣고 잊어버릴만한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퇴컨설팅은 조각조각 흩어진 지식들의 습득보다는 종합적인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무엇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과 같은 비재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돈이 필요할 지 재무적인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럼 이제부터 은퇴설계와 관련하여 꼭 생각해 볼만한 주제에 대해 살펴보자.






   은퇴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몇 년간 지속된 살인적인 주거비 상승은 각 개인의 삶의 주거지를 바꿀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자녀 교육비, 저금리 등 가계에 부담이 큰 경제상황에서  ‘은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걱정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710만)의 은퇴가 서서히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국내외적 경제상황이 맞물리며, 구조조정, 임금피크제 등이 시행되어 각 기업의 퇴직예정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가 있어 사회적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퇴를 이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며 막연한 고민거리로 전락시키는 것만이 은퇴를 보는 시각의 전부는 아닐 것 같다. 쉽게 얘기해서 누구나 직장 생활을 하며 한 번쯤은 빨리 은퇴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던 적이 있지 않은가? 물론 내가 얼마나 자산을 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을 열심히 살다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 그리고 은퇴자산을 많이 못 모으게 되더라도 그 자산에 맞춰 생활을 하면서 삶의 가치을 새롭게 정의하며 살아갈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언론기사에서 보듯이 그렇게 은퇴가 암울하지만은 않다. 


실제 퇴직 예정 임직원분들을 대상으로 많은 은퇴설계 컨설팅 강의를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분들이 은퇴(퇴직)에 대해 생각보다 그렇게 암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모은 자산을 가지고 매월 소득을 얼마나 만들어 내게 될까, 은퇴 후 여유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할까 등 고민은 다양하고 많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시는 분들은 사실상 본 적이 없다. 많은 은퇴 관련 서적과 언론 매체에서 보듯이 은퇴준비가 안되어 있어 힘들게 살아야 하고, 미래 자체가 암울한 것처럼 묘사한 것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퇴직예정인 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누구나 은퇴에 대해 견해를 얘기하라고 하면 이런 저런 얘기들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만큼 은퇴란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할 정도로 각종 언론매체 등을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실제 나의 은퇴설계를 한번 계획하려고 하면 뭐부터 생각해야 할 지 막연할 것이다. 은퇴에 대해 조각 지식들은 많이 알지만  전체적으로 은퇴설계에 대해 큰 그림으로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한은행에서 실시하고 있는 50대 임직원 대상 기업 은퇴컨설팅은 은퇴설계를 접근하는 큰 그림부터 시작하고 있다. 필자가 은퇴 강의를 하기 위해 시중에 많은 은퇴설계 관련 세미나, 교육에 참가도 하였는데,  어떠한 은퇴설계 관련 강의를 들어도 주제들이 대부분 비슷하였으며, 오히려 종합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주기보다는 건강, 연금 등 테마별로 각각의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은퇴설계란 이런 내용들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그림 1>과 같다.




결과적으로 은퇴설계는 돈과 상관 있는 ‘재무적 설계’와 돈문제와 상관이 적은 ‘비재무적 설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비재무적인 부분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 고민할 문제이며 재무적인 부분은 주변의 금융인의 도움을 받아 실제 어떤 상품이 얼마가 나오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아주 단순하고 익숙한 내용이지만 자신의 은퇴설계에 대해 계획을 하고 싶다면 위와 같은 내용으로 하나씩 접근하기를 추천한다. 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이라면 은퇴설계에 대해 한번쯤은 꼭 생각해볼 만한 사안이며, 각 주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비재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은퇴를 하게 되면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고, 상담요청도 많이 오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일거리를 잘 찾아 나름 삶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본인의 취미를 잘 살려서 매일 매일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사람도 많이 있다. 많은 방법이 있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1)   내가 좋아하는 일은 원래 어떤 것이었을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난 원래 그림 그리는 일이 하고 싶었다, 합창단을 하고 싶었다. 등등


2) 어떤 것을 배워 볼까?

평소에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대학/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해볼까? 요리를 한번 배워볼까?  등등


3)  좋아하는 일이나 배울 일이 없다면 취미를 살려서 즐겁게 살아볼까?

골프나 테니스 등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제대로 해서 대회에 한번 나가볼까? 등산 동호회, 음악동호회 등등




둘째, 누구와 살 것인가


자기 주변 관계인들에 대해 천천히 정립해두자.


1) 배우자

연예 할 때는 참 서로 좋아하고 뜨거웠는데 결혼후 자녀가 탄생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자녀 위주로 생활을 하게 되고, 오랜 기간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배우자와의 관계가 조금씩 소원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은퇴 이후 집에 있게 되는 경우에 배우자와 갑자기 삼시세끼를 같이 먹으며 붙어사는 것에 대해 상당히 어색하고 힘들게 느끼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이다. 실제 은퇴 후 배우자와의 어색함 때문에 고민상담을 신청하는 사례도 많다. 


지금부터라도 배우자와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색하지 않도록 각자에게 맞는 노하우를 찾아 관계를 개선해야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좀 어두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부부 중 한 명이 잘못되었을 경우 사후관리에 대해 어느 정도 상의를 해야 한다. 부부 중 한 명이 갑자기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남은 한 명이 대처를 잘하지 못하여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서로의 비밀스런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오픈하지 않는 것이 결혼생활에 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부터는 하루정도 편하게 서로가 오픈할 부분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며, 남은 한 사람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여 고생하고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상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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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녀

상당수의 은퇴설계 강사들이 은퇴설계에 있어 자녀와의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은퇴 후 자녀와의 관계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 질 수 있다. 따라서 미리 미리 자녀들과 상의(?) 또는 각자 상황에 맞게 관계 정립을 해놓아야 할 것이다. 현 경제상황이 젊은이들이 살아가기에 녹록치 않은 면이 지속되고 있어 취업, 결혼 등을 포기하는 3포세대, 7포세대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 예쁜 자녀가 말로만 듣던 캥거루족이 될 수도 있다. 자녀의 결혼 등 자녀와의 관계, 특히 돈과 관련된 사안들은 명확히 정립하여 두자.


3) 친구, 모임

은퇴 이후 친구가 없으면 정말 상당히 외롭다. 평생의 동반자는 배우자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사람이 친구이며, 그런 친구가 있고 없고는 향후 실로 엄청나게 차이가 날 것이다. 다만,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방대하게 펼쳐진 인간관계들을 조금은 정리를 할 필요는 있다. 평생 함께할 친구들, 모임 등은 잘 유지하고 더욱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것이고, 오히려 돈만 쓰고 도움이 안되는 모임이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기준을 두고 정리하기를 추천드린다.




셋째, 어디서 살 것인가


한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를 보면, 서울에 살던 분들에게 은퇴 후 어디에서 살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1등한 지역이 서울로 조사되었다 한다. 그것도 2등과 큰 표 차이로 말이다. 이는 대부분의 은퇴자분들이 그냥 살던 곳에서 살고 싶어한다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삶의 주거지를 바꾼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자녀교육/사회적 지위/투자 등을 고려하여 다소 무리하게 비싼 집에서 살고 있었다면 앞으로 은퇴생활을 감안하여 그렇게 큰 집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적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집을 활용하여 은퇴자산을 좀 더 늘리는 방법이 필요한 분들은 이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으며. 그 해결책으로 바로 집 다운사이징과 주택연금 활용을 들 수 있다. 


현재의 집이 투자가치가 높다면 전세를 주고 다운사이징하여 집을 구하면 되겠지만, 향후 투자가치가 불분명하다면 이 기회에 매도를 하여 다운사이징 집 구매를 하고, 남은 잉여자금을 은퇴자산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잉여자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던 수익형부동산을 구매하던 월 생활비를 좀 더 보완 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고향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할지, 시니어타운에 살지, 아니면 해외이민까지도 고려해야 할지 한 번쯤 은퇴설계 강의를 들으며 다양한 지식을 구비하기를 바란다.




넷째,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각자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면 잘 챙기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많은 강의들을 듣다 보니, 일상적으로 의사가 말하는 건강에 대한 내용보다는,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가 있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강의가 가장 맘에 와 닿았다.   



   이제 재무적인 내용을 알아보자


은퇴생활에 있어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돈 문제의 기반이 갖춰져야 다른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음으로 은퇴 후 얼마의 생활비를 만들어 낼지에 대한 설계/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먼저, 은퇴 후 현금흐름(생활비)에 대한 설계가 우선이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가 갖춰졌다면 남는 잉여자금으로 운용을 잘 하여 상속이나 증여까지 고려하는 것이 재무적 설계의 핵심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재취업이나 창업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은퇴 후 현금흐름을 잘 설계해보자. <표 1>의 예상수령액을 은퇴시점에서 대략 예상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은퇴설계는 끝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어디에 투자할지, 수익률 높은 게 뭐 있는지 찾아 다니고 고민하기 보다는, 내가 가입하고 있는 연금상품이 55세 이후 만기 시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얼마나 매월 받을 수 있는 지, 몇 년간 받는 것으로 할 지 등을 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가 불입되어 있으면 얼마가 나오는구나 하는 기준을 알아야, 각자 상황에 맞춰 얼마의 현금흐름이 있을 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필자가 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퇴직예정 임직원 대상 기업 은퇴설계 강의는 이런 부분에 특화되어 있다. 각종 가입하고 있는 연금상품으로 얼마 정도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수익형부동산이든 기타 금융상품이던 얼마를 가입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 되는지를 알려준다. 




실제로 상담해 보면 내가 가입한 연금보험상품으로 얼마를 받게 될지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말 많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전반적인 은퇴설계는 연금보험 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부터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하며, 〈표 1>의 체크리스트 순서대로 파악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국민연금은 얼마를 받게 될 것인지 찾아보고,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국민연금의 주요 내용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내가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를 설계하고도 자산이 남는 분들은 잘 운용하면서 상속/증여를 고려해야 한다. 대체로 자산가 분들은 생활비에 대한 고민보다, 보유하고 있는 목돈을 어떻게 잘 투자하고 운용할 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 증여·상속을 해야 하는지, 상속세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내가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가 안된다면 재취업과 창업을 고려해야 한다. 은퇴자분들이 주로 하는 재취업과 창업에 대

해서 다방면으로 알아본다. 소일거리로 하는 분과 정말 생활비 보완의 목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되는 지에 대해 각자 고민하고 정보를 얻어야 할 것이다. 강의 시에는 여러 관련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협의하는 내용들을 종합하여 참고가 될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은퇴설계와 관련된 컨설팅 및 강의는 넘칠 정도로 정말 많다. 국민연금과 같은 정부기관, 각종 컨설팅기관, 그리고 금융기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실제 강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미래가 암울하다는 각종 통계자료나 현상을 가지고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여, 결국엔 연금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스토리로 연금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건강이나 부부생활로 엮어서 그냥 쉽게 듣고 잊어버릴만한 이야기들로만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직장인들은 근무시간상 이런 강의조차 접할 기회가 그나마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은퇴설계가 더 막연해지는 것 같다. 





위의 내용들은 실제  2~3시간 정도 분량의 은퇴설계 컨설팅 강의 내용의 큰 줄거리를 정리한 것이다. 위의 내용대로 천천히 각자 상황에 맞춰 고민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은퇴설계에 대해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재산 차장

 은퇴 설계 컨설팅·교육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 본 포스팅은 신한리뷰 2016년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 본 내용은 각 집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신한금융그룹 및 신한미래전략연구소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