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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금융노트

[Financial Issue & Trend] 새로운 결제 트렌드 - 더치페이가 바꾼 세상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발효된 이후 ‘더치페이’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뜻하는 이 더치페이가 이제는 금융권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2016년 3월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에서 20대 대학생 8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비용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바람직한 데이트 비용 분담률을 5 대 5로 꼽은 응답자가 58.4%였다. 20대 10명 중 6명 정도는 데이트할 때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더치페이를 선호한 비율이 2014년에는 41.7%, 2015년에는 54.7%였던 것을 보면 ‘각자 내기’를 선호하는 추세가 점점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물론 이러한 인식 변화가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지진 않았다. 실제 데이트 비용 분담률을 보면 더치페이 비율이 36%에 그쳤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데이트 비용 부담 형태에서 더치페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인식 면에서는 이미 과반수를 넘어섰기에 머지않아 더치페이가 더욱 높은 비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치페이 확산과 더불어 관계 평등에 대한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제 결혼 비용에서도 일종의 더치페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미혼 남자 79%, 미혼 여자 72.3%가 반대했으며, 결혼 비용 총액을 반씩 부담하는 것을 선호했다. 즉 경제적 부담에서 양성 평등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평등뿐 아니라 관계의 평등이자, 육아와 가사 분담에서의 평등으로도 이어진다. 


   직장 문화에 침투한 더치페이

1998년 7월 10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얇아진 지갑 직장인들 더치페이 확산’이라는 기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A증권사는 최근 제정한 삼강오륜에 ‘더치페이의 생활화’를 아예 한 덕목으로 집어넣었고, B건설회사의 사내 설문 조사에서는 78%의 직원이 더치페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치페이 문화의 확산을 가장 반기는 층은 간부급 상사들이다.” 무려 18년이나 지난 이야기인데 그때의 직장인도 더치페이를 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는 바로 IMF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시절이다. 당시 2030세대가 지금의 4050세대로, 40~50대 직장인도 더치페이 문화에 관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직장인은 과거에 비해 집단행동이 줄었다. 회식을 꺼리는 직장인도 많고, 나아가 점심시간에 단체로 몰려가 밥을 먹는 게 불편하다는 이들도 있다. 아예 밥을 싸 오거나 편의점에서 혼자 도시락을 사 먹기도 한다. 혼밥과 혼술이 보편화된 시대, 그나마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더치페이는 나름의 의의가 있다. 직장에서의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절충하고 아우르는 더치페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식당까지 웃을 수 있는 해법은 핀테크

직장인의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각자 카드로 계산하는 일이 늘다 보니 일부 식당에서는 따로따로 계산할 수 없다는 문구를 걸어두기도 한다. 계산대가 대부분 입구에 있다 보니 계산하는 손님으로 북적거리면 자리가 없는 줄 알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식당 입장에서는 서빙하기도 바쁜데 계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 하며, 손님은 손님대로 계산 처리가 빨리 안 된다고 불만이라는 것이다. 



이미 서울의 유명 식당 체인이나 2030세대가 많이 찾는 곳은 수백만 원대의 셀프 주문 기계를 도입하는 등 더치페이 시대를 대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일본의 경우에는 식당에 식권 자판기를 설치해뒀으며, 중국에서는 더치페이를 ‘AA즈(制)’라고 부르며 이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대표 메신저인 위챗에는 이미 AA즈 결제 메뉴가 있으며, 중국 온라인 금융·결제 서비스 회사인 알리페이도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위챗이나 알리페이를 통해 단말기에서 바로 주문·계산하면 주문 정보는 즉시 주방에 전달된다. 주문이나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 없어진 셈이다. 식당 입장에서도 핀테크 덕분에 손님이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거나 번거롭지 않다. 



이처럼 더치페이가 새로운 결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보다 간편하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치페이가 바꾼 세상, 그리고 더치페이가 바꿔갈 세상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글 신정빈 신한금융지주회사 미래전략연구소 차장 

참고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



* 본 포스팅은 신한인 2017년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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