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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금융노트

[신한리뷰] 금융포커스-포켓몬고, 평양냉면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

2016년 여름, 속초와 울산은 ‘포켓몬족’ 특수로 전례 없는 관광 특수를 누렸고,  실향민 노인들이 회포를 풀던 허름한 평양냉면 집은 인증샷을 찍어대는 젊은 ‘평뽕(평양냉면을 마약에 빗댄 조어)족’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일견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현상 모두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향후 경제의 중추 세대로 부상할 이들의 행태 특성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켓몬과 평양냉면에 열광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이들 밀레니얼 세대는 대략 밀레니엄(2000년) 무렵에 사회에 진출했거나 태어난 이들(1980년~2000년 生)로 전세계적으로 25억 명의 인구가 있으며, 통상 디지털 기술 활용에 능숙하고 자아 정체성이 뚜렷한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인구절벽의 도래와 함께 베이비붐 세대가 퇴장하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생산과 소비의 주역으로 본격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들이 만들어 내는 사회 문화적 현상과 행태적 특성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전 세계 돈의 10%(17조 달러)를 밀레니얼 세대가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35조 달러까지 증가해 금융업의 핵심 고객층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금융사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켓몬족과 평뽕족에서 확인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① Swag, 난 좀 달라!

밀레니얼 세대들은 대중적이지 않은 취미나 기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것을 ‘간지나게(폼나게)’ 드러내는 데(swag)에서 만족을 찾는 특징이 있다. 실제 포켓몬고는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아 일반 대중의 게임 접속이 어렵고, 평양냉면 또한 호볼호가 갈려 대중적 선호가 높은 음식은 아니다. 즉 국내에서 포켓몬고 게임을 하려면 해외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별도의 파일을 다운 받아야 하는 등 일반인은 쉽게 하기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평양냉면의 경우 전문점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특유의 맹맹한 육수와 메밀 면발의 식감 때문에 라면·피자 등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이 쉽게 맛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접근의 난이성으로 포켓몬족이나 평뽕족이라면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도 소위 트렌드 세터나 오피니언 리더로 평가 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SNS에 올린 포켓몬 출몰 위치, 평양냉면 제대로 먹는 법 등을 많은 이들이 실어 나르고 있으며, 실제 이들에 의해 평소 한적했던 지방 소도시가 관광 명소로 재조명 받거나 비교적 역사가 짧은 가게가 신흥 평양냉면 맛집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 버거’가 강남에 첫 매장을 내자 만원 안팎의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햄버거를 먹겠다고 폭염 속에도 몇 시간씩 줄을 서는 20·30대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또한 소위 ‘미국에서 잘 나가는’ 수제 햄버거를 먹어봤음을 드러내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각종 SNS에 올라온 쉐이크쉑 버거 관련 글들을 보면 ‘뉴욕에서 맛 본’,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의 표현이 유난히 많아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체험을 토대로 한 소비임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작은 사치, 나에게 주는 선물

이전 세대가 부동산·주식 등 자산의 축적과 고급차·명품 등의 소비로 삶의 의미를 찾았다면 그럴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는 게임 한 판, 냉면 한 그릇에서 소소한 재미와 힐링을 찾고 있다. 이는 밀레니엄 세대가 취업난, 치솟는 주택가격, 학자금 대출 등으로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베이비붐 부모 세대(1955~1963년 生)의 주택 보유율은 64.7%인 반면 1979~1992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자식 세대의 보유율은 5.4%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 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고 높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합리성과 자기 개성이 뚜렷한 밀레니얼 세대는 물질적 쾌락을 포기한다기 보단 ‘가성비’가 높은 소비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만족을 찾고 있는 것이다. 즉, 밀레니얼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기를 꺼려하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소비하는 합리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무조건 저렴한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아를 고양할 수 있는 것에는 과감히 돈을 지출하는 모습도 보인다.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면서도 돈을 모아 포켓몬 잡으러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이들이 밀레니얼 세대인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작은 사치는 외식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끼쳐 디저트 시장의 경우 2013년 3천억 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3년 만에 거의 7배 수준인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의 경우 20~30대 매출 비중은 25%에 불과하나 백화점 내 디저트 전문 매장은 전체 매출의 50.7%가 이들에게서 나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시사점

미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할 밀레니얼 세대는 금융권이 기존에 익숙했던 베이비붐 세대와는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바, 영업 전반에 걸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고객을 분석하고 마케팅 방법론도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남보다 먼저 낯선 것을 체험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고려해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에 프로슈머로서 참여하게 하고 그 기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주는 마케팅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작은 사치에 끌린다는 점을 고려해 금리 할인과 같은 금융권의 전형적인 금전적 보상 체계보단 음원 이용권, 이모티콘 등 다양한 모바일 상의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한편 이들은 경제적 합리성을 중시하면서도 허세(swag), 사치 등에도 민감한 이중적 특성을 보이는 바,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세련’, ‘감성’, ‘선도’ 등의 브랜드 이미지 전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전달은 밀레니얼 세대가 소통 채널로 선호하는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음정훈 선임연구원

 경영전략팀



* 본 포스팅은 신한리뷰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본고의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신한금융그룹 및 신한미래전략연구소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